이 글을 쓰는 이유
약 1년 반 간의 취업 공백기 후에 직장에 들어가게 됐다. 원하는 포지션에 합격했지만, 계약직이기에 다시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이 때의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 또 인생에서 짧지는 않은 1년 반이라는 시간에 대해 의미를 정리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글이 지금도 치열하게 취업 준비를 하고 있을 다른 분들에게 도움은 아니더라도, “이런 사람도 있구나”하는 의미가 된다면 좋겠다.
글의 큰 줄기는 어떤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해 쓰면서, 취업 준비 때 도움이 됐던 것과 다음에 하면 좋을 것에 대해서도 중간 중간 적어보려 한다.
첫 2개월 (12-1월)
이전 회사는 대전에 본사, 수도권에 지사가 있었는데 지사가 없어지면서 회사를 나오게 됐다.
실업급여 조건에 해당되어, 바로 구직을 할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노션 캘린더로 스케줄 기록을 한다. 그런데 그 때를 보면 2개월이 텅텅 비어있다.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뭘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그 시간이 날아간 것처럼 느껴진다.
일기로 내 감정을 기록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 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 (2-5월)
홈프로텍터가 된 지 3개월 차가 되었을 때, 인프런 AI 커리어 스쿨 과정에 참여했다.

이 때, 멘토이신 제이든이라는 분이 다른 분들의 블로그 글을 보고 솔직한 피드백을 주셨었다.
내 정확하지 않은 기억으로는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낄지까지 세심하게 짚어주셨다.
피드백 해주셨던 내용에 완전히 공감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 때쯤 블로그를 만들고 싶어졌던 것 같다.
이후에는 오픈소스 기여를 독려하는 ‘오픈소스 컨트리뷰션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첫 모임 날 자리가 없어서, 맨 앞자리에 앉게 됐다. 정말 말 그대로 맨 앞이라 ‘눈에 뵈는 게 없었던’ 덕분인지, 멘토님이 자기소개 후 질문이 있냐고 하셨을 때 덜컥 질문을 던졌다.
뒤에 앉은 사람들이 보이질 않으니.. 멘토님과 나만 공간에 있는 듯해 덜 떨렸던 것 같다.
처음으로 질문을 하는 게 내가 생각한 나다운 행동은 아니였었기에 당황을 했지만, 의미가 컸다.
멘토님께서 조를 나눠주시고, 매주 발표를 하는 과제를 주시는 등 다방면으로 판을 깔아주신 덕분에, 열정적인 다른 분들을 보며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 조는 매주마다 과제의 장을 돌아가며 맡기로 결정했었다. 이 때 다른 사람들에게 조사할 코드를 분배하기 위해
코드를 미리 조금이라도 더 파악했어야 했다.
특정 메서드 이름을 기준으로 조사 과제를 지정해 드렸는데, 조원분들이 드린 메서드별로 열심히 조사해 오신 모습을 보았을 때 기뻤다.
리더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그분들의 보람이 이런 건가 싶었다.

면접을 보기 시작, 전 직장 동료분의 사이드 프로젝트에 합류 (6-9월)
면접을 봤는데, 돌아보니 정말 준비가 안된 채로 본 것 같아 아쉽다.
여기서 준비란 지식도 있겠지만, 면접에 대한 제대로 된 전략이나 정의조차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면접이란 논술처럼 그 사람이 어떤 흐름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생각하는지 보고자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모르는 질문이 나왔을 때는 AI가 thinking을 보여주는 것처럼, 내가 아는 걸 조합해서 추론하듯 답변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Redis의 TTL 만료가 어떻게 동작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왔을 때 대답을 못했었는데, 탐색 비용(CPU)과 저장 비용(Memory) 사이의 trade-off를 알고 있었다면, 일정 주기로 일부를 탐색한다고 추론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질문을 바꿔서 대답하는 것도 경우에 따라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에는 “고객의 요청을 직접 해결해 준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한 경험이 없었기에 고객을 우리 내부 회사 사람들로 바꿔서 대답했다.
이 시기에 알고리즘 테스트에서 1차 탈락했었는데 약간 충격이었다.
이후에 밀리의 서재 (=전자독서 플랫폼)에서 ‘코딩 테스트 합격자 되기’라는 책을 n회독을 했는데 내용이 괜찮았다.
시간을 정해두고 풀되, 풀지 못한 문제는 따로 체크를 하고 다음에는 어떻게 풀어야겠다고 기록을 했다.

또한 알고리즘 문제를 풀 때, 면접보듯이 내가 생각한 흐름을 주석으로 적었는데 나에게는 이런 방법이 도움이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알고리즘은 어렵다 😭)
이 무렵 전 직장 동료분의 사이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이 부분도 정말 후회가 된다.
면접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상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기회가 주어질까 말까라고 생각한다.
나한테 기대하는 역할을 명확히 물어보거나,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야 했다.
사이드 프로젝트와 과제를 하며 Java와 Spring Boot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됐다.
특히 Spring은 설정과 Bean이 연결되며 암묵적으로 동작하는 부분들이 처음에는 꽤 낯설었다.
AOP나 Reactive 프로그래밍 같은 개념도 익숙하지 않았다.
이전에도 Java 강의를 듣기는 했지만, 역시 직접 부딪히며 코드를 작성해보는 게 가장 오래 남는다는 걸 느꼈다.
감사하게도 합격한 회사가 있었지만, 고민 끝에 고사를 했다.
회사의 재무 상황이 아쉬웠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에 대해 질문했을 때도 내가 기대했던 깊이의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물론 짧은 면접만으로 회사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당시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요즘은 이 때와 다르게 ‘내가 어디에 있는가’보다, ‘무엇을 만들고 어떤 태도로 일하는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어렵다.
커뮤니티에 ‘또’ 참여, 사이드 프로젝트 시작 (10-12월)
위에 말한 오픈소스 컨트리뷰션 아카데미에 참여한 경험이 좋아서, ‘또’ ArgoProj라는 오픈소스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해당 오픈소스는 Go 언어와 Kubernetes 기반의 프로젝트라 베이스가 없던 내게는 진입장벽이 꽤 높았다. 결국 PR을 하나 올리긴 했는데, 머지되진 않았다.
이 때는 처음 참여한 모임과 달리 오프라인 주도로 흘러갔는데, 모임에 참석하면서도 뒤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질문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가벼운 발표 제안을 받았을 때도 부담감에 하지못했다.
돌아보니 위의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타인이 내어준 기회를 너무 가볍게 흘려보냈던 것 같다.
다가오는 기회는 항상 용기 내어 쟁취해야 한다.
비록 PR은 머지되지 않았지만, 생소한 도메인에 뛰어들어 코드를 파악해 본 경험 자체는 좋았다.
그래서 ‘뭐든 자주 들여다보면 낯선 영역이라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에 착안해 매주 사람들에게 가볍게 넛지를 해주는 ‘오픈소스 기여 뉴스레터’ 프로젝트를 개인적으로 시작했다.

프로젝트 1차 완성, 그리고 취업 박람회 (1-2월)
뉴스레터 서비스 개발을 완료하고 마침내 배포했다.
그리고 이 서비스를 만드는데 영감을 주었던 프로젝트를 만드신 분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메일을 드렸다.
감사하게도 구독을 해주셨고, 누군가 매주마다 내가 만든 결과물을 본다는 게 큰 동기 부여가 됐다.
실제로 구독자분들이 매번 메일을 열어볼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양자역학처럼 두 개의 가능성이 공존한다고 믿기로 했다 ㅎㅎ.
혹시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동기부여가 필요하고 만약 이런 방식이 도움이 되신다면, 이 블로그의 홈에서 우측 하단에 있는 메일로 매주 어떤 걸 진행하시는지 보내셔도 괜찮다.
아무도 보내시지 않을 것 같지만.. 나는 이게 큰 동기부여가 됐기에 적어본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회사에 지원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사이드 프로젝트 참여할 때도 이랬어야 했는데…)
완성 후에 그룹바이에서 여는 취업 박람회에 참여를 했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중 기억에 남는 건 미리캔버스 커피챗이었다. 회사에서 어떤 문제를 풀고있는지 물어봤는데, 키워드와 이미지 매칭의 어려움과 같은 실제 고민들을 이야기해주셨다. 실무 이야기라 당연히 개발자분인 줄 알았는데 인사팀 직원이라는 걸 듣고 조금 놀랐다.
다만 취업 박람회 자체는 사람이 너무 많았고, 깊게 대화하기는 어려웠다.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사람을 만나야 하는 구조라 면접처럼 깊은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스스로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나는 상대방이 인사팀이라는 포지션에 있거나, 상황 주도권을 쥔 ‘갑’의 위치에 있다고 느끼면 이상하게도 상대의 기분을 헤아리지 않으려 했다. 그저 책임과 역할이 나눠져 있을 뿐인데, 이상하게 그렇게 행동했다. 예를 들어 커피챗이 가능하냐는 연락을 받았을 때도, 단순히 “지금 밖이라 어렵다”고만 답하고 말았던 적이 있었다. 물론 무례하게 행동했던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 역시 자신의 역할 안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다시 면접, 인프런 북클럽, 그리고 전 직장 동료분의 유우머 (3-4월)
면접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과제를 했는데, 잘못된 전제를 깔고가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근거 없이 생각하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하다. 이러한 것들을 글을 쓰며, 나 스스로가 좀 파악해야 한다.
또, AI를 이용해서 과제를 했을 때는 정말 내 프로젝트의 코드에 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게 정답인 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한다면 키워드를 최소한으로 가져가고, 구조와 인터페이스에 대해 합의하고 시작해 사람이 파악하기 쉽게끔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의사 결정이 필요할 때 AI와 고민한 기록을 남겼었는데, 좋은 반응을 받기도 했다.

velog의 합격 후기 글을 보고 시도해본 방법인데, 면접 직전에 빠르게 훑어볼 수 있는 핵심 요약본을 하나 만들어두었다.
특히 면접에서 대답하지 못했던 질문들은 강하게 기억에 남았는데, 그 내용들을 다시 마인드맵 형태로 정리해두고 다음 면접 전에 한 번씩 보려고 했다.

(위 마인드맵은 6월 중에 한 번 정리해서 다시 업데이트 예정입니다.)
향로님의 인프런 북클럽에 참여했다. 책 내용도 좋았지만 기억에 남는 건 사람들의 태도였다.
적극적인 태도라던지, 솔직하게 얘기한다던지, 대화에 몰입한다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나는 어떻게 해야 잘 말할지를 대화 중에 고민한다면, 정말 대화에 몰입하는 사람은 주제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 같았다.

또, 전 직장동료분이 스타트업에 추천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내가 잘해서 추천을 받았다기보다 리소스가 적은 스타트업에서 면접은 큰 비용이라,
대표님이 전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을 추천받고 싶어했다고 들었다.
정말 감사한 제안이었지만, 당시 다른 회사의 합격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라 고민 끝에 고사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대표님이 전 동료분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거워하신다는 게 대화 속에서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 동료분은 전 직장에서도 특유의 독특한 유머 감각을 지니셨던 분인데, 그 유머가 이토록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나 역시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합격 이후의 느슨함, 도보배송 (5월)
정말 감사하게도 드디어 오퍼레터를 받았다.
하고 싶은 주제의 사이드 프로젝트가 있는데, 합격했다고 생각하니 별로 하고 싶어지지 않았다.
요즘 내 최대 고민이 이거인데, 파이팅이 약해진 것 같다.
그래서 시도하려는 방법은 아직 항상 잘 되지는 않지만, 누군가의 컨텐츠에 반응을 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나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홍보해보니, 누군가 반응해주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의 study with me 영상에 댓글을 남기는 것 같은 사소한 행동에도 나름의 의미를 두려고 한다.
또 카카오 픽커 앱으로 도보배송도 해봤다. 생각보다 RPG 게임 퀘스트처럼 재미있었다.
알림을 계속 켜둬야 해서 집중이 흐트러질 때도 있지만, 산책할 때 가볍게 시도하기에는 괜찮았다.
취업 준비 기간에는 커피 한 잔 사 마시는 것도 괜히 한 번 더 고민하게 될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 소소하게 용돈처럼 벌 수 있다는 점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총평
난 이렇게 취업 준비를 했다.
다음 취업 준비 때는 튜링의 사과나 네이버 커넥트 라운지 같은 곳에 가서, 책도 읽고 면접 준비도 할 것 같다.
‘실패를 통과하는 일’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봤는데, 거기서 창업을 할 때 했던 실수나 실패가 솔직하게 적혀있었다.
나도 그러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역시나 내 모든 실패를 다 적기는 어려웠다.

글만 보면 뭔가 끊임 없이 한 것 같지만, 위와 같은 글 흐름의 중간에 숭덩숭덩 빈 구멍이 많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에 자괴감을 느낀 날도 있다.
해야 하는 일을 하루에 할 수 있는 양으로 쪼개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요즘 사소한 행동 하나를 결정하는 데에도 작은 두려움이 배경처럼 깔려 있는 느낌이 든다.
겁먹으면서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글을 어떻게 마무리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럴 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겠다.
감명있게 읽었던 프로 작가의 책 문장을 남겨서 멋있게 마무리해보겠다.
언제 꿈을 접고 언제 꿈을 유지할지 아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다.
포커였다면 이 기술을 정량화할 수 있겠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당신의 장점과 한계)를 알고, 매번 최선을 다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이 경우는 오히려 규칙(“계속 버텨” 혹은 “너무 힘들면 그만둬”)이 있는 게 길을 잃게 만들 수 있다.
삶에서는 언제 버티고 언제 그만둘지를 아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p.234